#1. 샌프란시스코의 스타벅스.
2007년 말,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난 스타벅스를 참 즐겨 찾았다. 미국의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와 다른 것들은 여러가지 있겠지만가장 기억에 남는건, 그들은 음료를 주문하면 나의 이름을 물어보고, 음료가 나오면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다. 하루는 커피를 사서 집에 돌아오려고 스타벅스 매장엘 들렀다. 그리고는, “도형”의 “형”발음을 잘 못하는 그들을 배려해서 나는 “권도”라고 내 이름을 말해주었다. 실제로 회사에서 날 “권도”라는 닉네임으로 부르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역시 한번에 잘 알아 듣고는 컵에 내 이름을 열심히 적었다.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 이름은 불리질 않는 것이었다. 대신에, “후안!, 후안!” 이라는 멕시코 사람의 이름만 매장에 계속 울려퍼지고 있었다. 난 혼자서 “권도? 후안?” 뭔가 비슷한 듯 아닌 듯… 일단 물어봤다. 내 음료가 맞는지를. 맞다. 내 음료였다. 나와 그 직원은 둘이 계속 “권도? 후안? 후안? 권도?” 하면서 계속 웃었다.
#2. 이름이 여러개?
회사에 들어가서 난 스스로를 “권도”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이유는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형” 발음은 너무나 어려워서 “나 도형이라고 해”하고 소개를 해도 동료들은 이름을 쉽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권도”라고 소개하는 한편 하루는, Boss(웨이타이, 웨이터 아님, 사진의 가장 왼쪽)에게 혹시 나한테 추천해줄만한, 나한테 잘 어울릴만한 영어 이름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의외로 웨이타이는 나에게 “왜 이름을 새로 만들려고 하느냐? 네 이름이 싫으냐?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느냐?”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솔직하게, 또 아무렇지 않게 “아 다들 내 이름을 발음하기 너무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영어 이름으로 소개를 하면 날 부를 때 좀 더 쉽게 부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웨이타이는 나에게 “닉네임이라면 몰라도, 이름은 유일한 것이다. 너 자신을 고유하게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것인데 왜 그것을 바꾸려하느냐? 물론 너희 나라 언어랑 영어랑은 달라서 처음 듣는 사람들이 발음을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바꾸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은 오히려 우리들인 것이다. 이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많이 얘기하고 다녀라. 그러면, 모두 너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고, 잘 부를 것이다.” 진짜였다. 그들이 내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데 걸린 시간은 의외로 길지 않았다. Thanks, Wei-Tai!
#3. 이름을 잊고 사는 한국인들.
난 사실 이 얘기를 너무나 쓰고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는 호칭을 부르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회사에서는 김대리, 박과장, 이차장, 등등 이름이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는 호칭이 빠지면 무슨 죄라도 짓는 것처럼 “아 이번엔 우리 아무개사원님께서….” 이 지경이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뿐만이 아니다. 스타벅스에 가면 “카페라떼 시키신 분?” “아이스라떼 나왔습니다.” 라떼, 아이스라떼를 시킨 사람이 한두명인가? 근데 신기하게도 자기 차례, 자기 음료는 잘 찾아가는거 보면 대단하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불러주는 것만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는지 음료를 주문하면 우리는 호출기를 하나 받는다. 그리고, 내 차례가 오면 호출기가 울린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름보다는 호칭을 부르는 것은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고, 호출기를 사용하는 것은 효율성을 극대화 시켜주기 위함이라는데… 잘못될리 없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것들이 지극히 인간적이지는 못하다. 나는 좀 더 서로의 고유한 이름을 많이 불렀으면 한다.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존경심이 떨어진다면, 그건 이름 때문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존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을 부르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부르지 않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그게 예절이라고 믿어 왔고, 그렇게 굳어져 왔기 때문에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을 부를 수 있는 이름을 두고서 머리속으로는 “아 이 사람을 어떻게 부르지?”하는 어이 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 너무 바보같지 않나? 비효율적이고?
그냥 부르면 된다. 그 사람의 이름을.




